다중 계정,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는 계정이다. 자신의 주장에 동조할 여론을 만들거나, 커뮤니티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혹은 자신이 그 동안 쌓아놓은 가상의 명성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 타인인 척 트롤링을 하며 자신의 숨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다중 계정들은 노골적으로 옹호하며 적발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그 정체를 철저하게 숨기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심증만으로는 쉽게 적발이 어려우며, 최소 1가지 이상의 ‘납득할 수 있는’ 물증이 동원되어야만 적발이 가능하다.

나는 바로 며칠 전 회원으로 활동하던 한 커뮤니티에서 앞서 서술한 것  중 3번째의 이유로 다중 계정을 생성해 트롤링을 하던 사용자를 잡았다. 그런데 그 사용자는 나와 거의 1년 정도의 친분을 쌓은 사람이었고, 이는 다중 계정을 잡고 나서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충격은 나에게 기억상실증이 오지 않는 이상 계속 기억되겠지만, 누군가 볼 까 하는 마음에 ‘공개적인 일기장’의 목적을 가진 이 블로그에 상세한 내용을 적어보고자 한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사건에 관계된 당사자의 닉네임과 사진들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하였다.

갑작스러운 등장

다중 계정이 언제 예고하고 나타났겠냐만은, 그 다중 계정은 약 2달 전인 11월 3일 그것도 새벽에 성적 농담을 비튼 것으로 추측되는 닉네임을 가지고 한 네이버 카페 커뮤니티에 갑자기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다중 계정

이 사진 속에 있는 것이 그 다중 계정이다. 편의 상 그 다중 계정을 A라고 칭하고, 저 사진을 업로드한 사람을 B, 그 다중 계정의 실제 운용자를 C, 그리고 저 사진이 올라온 채팅방을 D라고 하겠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는 내가 들어가 있는 채팅방에 A의 가입 인사 글을 캡쳐해 올리며 컨셉인지 아니면 C의 부계정인지를 물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는데, A가 올린 사진이 C의 자작물에 자신의 닉네임과 설명을 덧붙인 것이었고 A가 사용하는 네이버 ID가 C 닉네임의 애나그램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단순 컨셉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그렇게 따라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A가 C의 다중 계정인지에 대한 의문은 금방 사라졌고, D 채팅방은 몇 시간 동안 A의 정체를 추궁하는 채팅으로 채워졌다. C도 그 채팅방에 있었고, 자기가 아니며 누군지 찾아내면 가만 두지 않을 거라고 화를 냈다.

A는 그 날 오후에 다시 나타나 자신의 카카오톡 ID, 유튜브 채널 등을 홍보하며 어그로를 끌기 시작했고, 결국 스태프가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공식적으로 경고 처리를 했다. 하지만 A는 그 경고 처리를 무시하고 계속 어그로를 끌었고, 결국 A는 그 커뮤니티에서 재가입 불가 강제 탈퇴 처리되었다. 그러나 사건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A의 네이버 ID, 카카오톡 ID, 유튜브 채널이 재가입 불가 강제 탈퇴 처리 후 약 30분만에 모두 탈퇴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카카오톡과 네이버 없이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자신을 학생 신분이라고 밝힌 A가 30분 만에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은 A의 가입 목적 자체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확실하게 나타내줄 뿐이었다.

A가 재가입 불가 강제 탈퇴 처리되기 전 그 카페의 스태프가 아래와 같은 주장을 펼친다. 현재 글이 삭제되어 사진을 기재할 수 없으므로 기억나는 부분만 긁어왔다.

A가 사용하는 ID를 뒤집어 보면 C의 닉네임이 나옵니다. 동일인일 가능성은 희박하더라도 어그로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C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잠깐 생겼으나, C가 곧바로 해명 글을 업로드하며 이 의혹은 수면 아래로 사라진다. 해당 해명글에는 A의 계정과 카카오톡을 한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의혹

그런데 C의 해명 글에 있는 사진 하나로 인해 추가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생겼다. 바로 이 사진 때문이다.

알림 창에 있는 ‘P’ 모양의 아이콘

이 사진의 자세한 내용은 앞서 말했듯이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서술하기 어려우나, 나를 포함한 일부 회원들은 알림 창에 있는 저 ‘P’ 모양의 아이콘을 바탕으로 다시 의혹을 제기했다. 저 아이콘은 한 대의 디바이스에서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2개 구동할 수 있는 ‘Parallel Space’라는 애플리케이션인데, 이 애플리케이션의 알림 아이콘은 추가한 애플리케이션에서 무언가의 이벤트가 발생할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C가 A와 카카오톡을 한 시점에 C의 디바이스에는 무언가가 이중으로 구동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더욱이 C가 해당 아이콘이 왜 떴는지는 개인 사정 상 자세하게 말해주지 못 한다고 했기 때문에 의혹은 배가 되었다.

그러나 C는 약 30분 뒤에 다른 해명글을 업로드한다. 해당 해명글에는 다른 카페 회원과 A가 카카오톡을 하다가 갑자기 A가 카카오톡을 탈퇴한 사진, C가 또 다른 카페 회원에게 의혹 해소를 위해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카카오톡을 한 사진, Parallel Space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해 Parallel Space에서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이 초기 상태라는 것을 캡쳐한 사진이 있었다. Parallel Space에서 캡쳐한 사진 속 시계는 21시 39분, 카카오톡을 탈퇴한 사진 속 시계는 9시 49분이었기 때문에 동일인이라고 하기에는 시간 상 맞지 않는 점이 있어 이 의혹도 금방 사그라드는 듯 했다.

그런데 Parallel Space에서 캡쳐한 사진 속에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 추가된 것이 보였는데, 다른 애플리케이션과는 달리 이 둘은 Parallel Space에서 추가하고 한 번도 열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에 표시해 주는 애플리케이션 밑의 파란색 점이 없었다. 즉 C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하고 둘 다 최소한 한 번은 열었다는 얘기가 된다. 글의 사진 순서로만 보면 카카오톡을 연 다음에 Parallel Space에서 찍은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었으나, C는 이 해명글을 업로드하면서 카카오톡은 추가만 해놓고 아예 안 쓴다고 하였으므로 저 아이콘은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띄웠다는 얘기가 된다.

나는 이 증거를 가지고 C에게 Parallel Space에 추가한 페이스북 메신저의 사용 내역을 공개가 가능한 선에서 공개해달라고 했으나 C는 1달이 넘도록 해당 댓글에 답을 달지 않았다. 다른 회원들은 이 해명 글로 인해 의혹이 사그라든 듯 보였지만, 나는 이 설명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욱 큰 의혹을 가지고 이 일을 파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해당 카페의 규칙에는 2개 이상의 계정을 보유하고 활동하는 경우 모든 처벌을 각 계정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항이 있었고, 만약 A와 C가 동일인이라면 C는 규칙을 위반하며 활동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한 회원이 내게 사진과 함께 연락을 취해왔다. 자신이 A의 네이버 ID를 토대로 비밀번호 찾기를 시도해 본 결과, C의 네이버 ID를 토대로 비밀번호 찾기를 시도했을 때 나타나는 전화번호의 일부분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내용이었다. 네이버 ID는 단 두 자리만을 공개하지만 자리와 그 번호까지 일치한다는 것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유력한 심증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수사 후 처벌에 들어가려면 당연히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반박이 불가능한 물증이 필요했다. 네이버 카페이기 때문에 A와 C의 IP 주소 등 정보를 알아낸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고, C는 그 사건 이후로도 멀쩡히 잘 활동하면서도 아직 내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나 또한 ‘언젠가는 밝힐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이 일을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1달 하고도 23일이 지났고, 2018년 12월 26일이 찾아왔다.

두 개의 스모킹 건 발견

스모킹 건1을 발견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처음 맞는 겨울방학을 준비할 생각에 신이 나 있었고, 그 카페 또한 신년 준비를 하며 각자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날 새벽 나는 D 채팅방에서 겨울방학과 관련된 얘기를 주구장창 하다가 쓰러지듯 잠들었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하며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에 뭔가 쌓인 알림이 없나 확인을 했다. 메신저 알림이 하나 있었고, 내가 들어가 있는 다른 채팅방에서 누가 나를 호출한 알림이었다.

그런데 나를 호출한 사람은 뜬금없이 확실한 증거가 잡혔다면서 D 채팅방에서 그날 오전 2시가 다 될 쯤 C가 올렸다가 잠시 후 급하게 삭제한 사진을 다운로드받아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채팅방은 디스코드 서버였고, 그 채팅방에서 전송되는 모든 메시지는 사진이 있다면 그것까지 포함해 내 서버에 저장되고 있었다. 때문에 다운로드를 받는 것은 쉬웠으나 뭔 소린가 싶어서 다시 물어봤다. C가 그 시각 D 채팅방에 어떤 사진을 올렸는데 그 사진이 A가 만든 사진 같으니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사진을 보낸 시각을 좀 더 좁혀서 찾아본 결과 해당 사진은 527165669674844200_PicsArt_11-03-02.20.07.png라는 이름을 가진 파일이었다. 앞의 숫자는 디스코드에서 채팅에 붙는 고유 번호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PicsArt_11-03-02.20.07.png이 된다. 그 사진을 열어보는 순간, 나는 왜 이게 확실한 증거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해당 사진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PicsArt라는 사진 편집 애플리케이션에서 11월 3일 2(14)시2 20분 7초에 생성된 사진이다. 그런데 그 사진은 A가 카페 가입 및 가입인사 글을 작성할 때 사용한 프로필 사진이었다. A가 사용한 이 사진이 왜 C에게 있는지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파일 이름은 보통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C가 자신이 A와 동일인이라는 것을 알릴 목적이 아니었다면 이런 형식의 파일명을 설정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해당 카페에 이 한 개의 스모킹 건과 그동안 숨겨둬야만 했던 수많은 심증들을 포함해 A의 정체를 밝히려고 시도하는 글을 작성했다. 약 500회의 조회수와 40여개의 댓글을 기록할 만큼 감당하기에는 버겁지만 감사한 반응이 쏟아졌고, C도 D 채팅방에서 내가 말했기 때문에 이 글을 봤다. C는 해당 글에 조금 있다가 글을 쓰겠다는 댓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이 스모킹 건을 제외하면 전부 심증으로 이루어진 내 글은 증거가 상대적으로 빈약했고, Parallel Space 건에서 시간이 맞지 않는 이유를 나도 설명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C가 작성한 댓글의 내용은 ‘총 정리 및 사과?글’ 이었기 때문에 아마 반박글일 것이라 예상하고, 좀 더 확실한 스모킹 건을 하나 더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글 작성 후 약 2시간이 지났을 즈음, 해당 카페에서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많은 다른 회원과 카카오톡을 시도했다. C가 해명글에서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고 한 바로 그 회원이었는데, 나에게 한 가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려줬다. C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기까지 3분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 사이에 A의 네이버 계정이 탈퇴되었다는 것이었다.

D 채팅방에서 이와 관련된 얘기를 하던 나는 불현듯 해당 회원이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많다는 것을 떠올렸고, 이윽고 파일 시간 시스템이 생각났다. 파일이 작성되면 시스템에서는 해당 파일의 수정 날짜, 액세스 날짜, 변경 날짜를 기록하며 이들은 각자의 이벤트가 새로 발생할 때마다 변경된다. PicsArt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또 하나의 스모킹 건을 찾기 위해서 나는 파일 시간 시스템을 활용해 A가 가지고 있어야 정상인 바로 그 사진의 변경 날짜를 찾아봤다. A의 카페 가입인사 글 작성 시간은 11월 3일 오전 2시 23분이었기 때문에 이게 오전이냐 오후냐에 따라 스모킹 건이 될 수도 있고 되지 못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또 다른 스모킹 건의 발견

변경 시간은 Nov 3 02:20, 즉 11월 3일 오전 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A가 카페 가입인사 글을 작성하기도 전인 오전 2시 20분에 C가 A가 가지고 있어야 할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의혹이 모두 확신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이 또 다른 스모킹 건을 가지고 카페에 글을 썼다. 약 350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로부터 약 30분이 지나 카페 매니저의 공지글이 올라왔다. 내용은 이랬다.

A의 계정은 현재 영구 탈퇴된 상태이기 때문에 카페 규칙에 의거 사과글 게시의 여부에 상관없이 C 또한 영구 탈퇴이다. 하지만 C가 사과글을 올리겠다고 했으니 기다려 주겠다. C가 24시간 안에 사과글을 올릴 경우 올린 시점으로부터 12시간 후, 그 안에 올리지 않을 경우 바로 영구 탈퇴 처리된다.

다시 약 10분이 지났고, 이번에는 C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애초부터 사과문을 쓸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내가 상상한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와버리니 허탈했고 무엇보다 C에게 화가 났다. 앞서 말했듯이 나와 C는 약 1년 간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그런 사람이 다중 계정을 가지고 1개월 동안 커뮤니티를 철저히 농락했다는 것은 정말 나와의 이해관계를 완벽히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사과문 또한 형식상의 글이었기 때문에 진실성에 의심이 갔다.

이후의 이야기

C는 아직 D 채팅방에서 나가지 않은 상태였다. D 채팅방이 해당 카페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C는 D 채팅방에서도 A는 절대 자신이 아니라고 말해오며 D 채팅방의 다른 회원들을 농락했기 때문에 해당 채팅방의 관리자였던 나는 처벌을 위한 관리자 회의를 열었다. 결과는 해당 채팅방에서의 14일 채팅 금지였다. 그렇게 27일이 되었고, 그날 저녁 C는 규정대로 해당 카페에서 재가입 불가 강제 탈퇴 조치되었다. 현재 D 채팅방에서의 처벌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이고, D 채팅방은 해당 카페와 관련이 없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처벌이 만료된 후 C가 D 채팅방에서 계속 활동할지 아니면 나갈지는 C의 몫이다.

이 사건은 현재 종결 상태이고, 다른 회원들은 내 글이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고 많은 댓글들을 남겨 주셨다. 하지만 정작 나는 지금 스스로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들고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사건을 파헤쳐 왔고, 무엇을 위해 C가 A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밝혔는지에 대한 것이다. 카페의 규칙을 지키고 위반자를 처벌하는 커뮤니티의 공통 대의명분은 달성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나는 친분이 있던 한 사람을 잃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러한 행동을 했는가? 확실한 건, 지금의 나는 C를 모른다는 사실뿐이다.


  1. 어떠한 범죄나 사건을 해결할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결정적인 증거 ↩
  2. PicsArt는 24시간 형식으로 시간을 표시하지 않는 데다가 오전/오후의 구분이 없다. ↩